[타향에서] BIT산업의 융합으로 지역발전을 - 이정식

이정식(안양대 교수)

세계화는 경제적 상호의존과 무한 경쟁이 교차하는 지구촌 시대이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경제로 통합되면서 기업들의 초국적화는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global) 경영체제를 갖춘 기업들은 투자매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들고 있다. 그동안 국가의 보호아래 국경 안에서 안주해 온 경제주체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자유경쟁에 뛰어들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힘, 즉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다.

 

한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은 토지, 노동, 자본 등 전통적인 생산요소의 투입에 의한 발전과정을 거쳐 핵심기술 및 혁신에 의한 발전, 그리고 최종단계로 축적한 부(富)의 분배?소비에 의한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요소투입과 자본투자의 확대를 통한 경제발전을 토대로 이제 혁신에 의한 발전을 추구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제조업에서 정보기술과 접목된 지식기반산업의 창출이 국가와 지역발전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플러(Alvin Toffler)는 혁신 중심의 문화와 분위기를 구축하는 국가가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는 우리나라 지식기반산업의 핵심을 생명공학(BT)과 정보기술(IT)의 융합(BIT)에서 찾으라고 권고하였다. 특히 바이오칩(biochip) 기술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그는 전망하고 있다. BIT 융합기술은 “미래형 융합기술 산업의 대표 주자”로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분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혁신주도형 신성장 시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미래 유망산업의 발전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전라북도도 예외는 아니다.

 

전북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의 창출을 통한 지역발전이 추진되어야 한다. 전북의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류(醬類) 식품과 젓갈류, 치즈, 복분자 및 머루주의 주류(酒類), 그리고 홍삼과 한약 등을 포함한 미생물 발효식품은 이미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전통식품의 발효기술에 기초한 바이오산업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장류 식품과 김치 등의 냄새를 제거하고, 기능성을 제고하여 이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우수 균주(菌株) 등을 활용한 발효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생체 바이오칩 기술과 결합된 각종 암과 당뇨병 등을 위한 면역치료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이 개발되면 전북의 발효식품도 이를 토대로 ‘맞춤형 기능성 식품’이 개발되어야만 차세대의 BT산업과 의료진단 관련 IT산업의 융합을 도모할 수 있다. 전북의 미래를 좌우할 성장동력의 창출에 필요한 산업혁신 인프라 확충과 함께 R&D 투자 확대, 전문인력 양성, 전략적 국제기술협력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정식(안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