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식가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말한다. 봄에는 주꾸미 살이 야들야들하면서 알이 꽉 차 물이 오르고, 가을에는 낙지 살이 통통해 달고 쫄깃한 맛이 차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팔이 8개인 팔완목(八腕目)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크기가 더 작다. 낙지의 몸 길이가 70㎝ 정도인데 비해 20㎝안팎이다. 한 팔이 긴 낙지와 달리 8개의 팔은 거의 같은 길이다. 주꾸미와 낙지는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고 몸통이 머리 위에 있는 독특한 신체구조를 갖는다. 그래서 두족강(頭足綱)으로 분류된다. 오징어와 문어 역시 마찬가지다.
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 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봄이 되어 수온이 올라가면 먹이가 되는 새우가 많아져 서해연안으로 몰려든다. 이때 그물로 잡기도 하지만 대개 소라와 전복, 고둥의 빈 껍데기를 이용해 잡는다. 빈 소라와 고둥 껍데기를 로프에 매달아 바다밑에 내려 놓으면 주꾸미가 알을 낳기 위해 이곳에 들어간다. 이를 건져 올려 갈퀴로 낚아 채는 것이다. 어민들은 이런 채취방식을 ‘소라방’이라 부른다. 소라나 고둥껍데기는 1m간격으로 매다는데 그 수가 보통 5000개, 많게는 1만개에 이른다. 이삼일에 한번 건지며 평균 5개에 하나 꼴로 주꾸미가 들어 있다. 3-4월이 제 철이며, 가을에도 잡히지만 알이 없어 맛이 떨어진다. 전남과 충남지방에서는 ‘쭈깨미’, 경남에서는 ‘쭈게미’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이이다코(イイダコ)라 한다.
주꾸미는 지방이 적고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저칼로리식이어서 웰빙식품으로 제격이다. DHA와 타우린이 다량 함유돼 있어 영양면에서도 뛰어나다고 한다. 주꾸미를 뜨거운 물에 데쳐, 머리의 알을 한 입에 통째로 깨물면 구수한데다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시커먼 먹물이 튀길 수 있으나 이 먹물은 숙취해소용으로 그만이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주꾸미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서해연안에 있는 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너도 나도 ‘주꾸미 축제’를 열기 때문이다.
주꾸미를 잡는 조업시기가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한달가량 앞당겨졌다. 온난화와 엘리뇨가 원인이라고 한다. 미식가에겐 희소식일지 몰라도 ‘철’ 없는 지구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