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산불

세계 최대 규모의 산불은 98년 여름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발생했다. 하바로프스크를 비롯 2만8천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화한 이 산불은 8개월여 동안 남한 면적과 맞먹는 면적을 초토화시킨 후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겨우 진화됐다. 만약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인근지역을 통과하는 송유관을 덮쳐 대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재산피해를 낸 산불도 같은 해 여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났다. 2개월간 계속된 이 산불은 관광보고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2백50억 달러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재민만 해도 12만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세계 최다 인명피해를 낸 산불은 97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2백90여 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고, 세계 최대 피해면적을 기록한 산불은 98년 캐나다 서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자그마치 2백만ha의 산림을 숯더미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산불피해도 장난이 아니다. 산림이 울창해져 산불이 한 번 났다하면 그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지난 2000년 4월7일부터 15일까지 무려 9일 동안 2만3천484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면서 사망 2명 부상 15명에 850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영동지역의 초대형 산불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이 곳은 7년 세월에도 아직까지 사막처럼 황량한 '불임의 땅'으로 남아 있다.

 

산림의 가치는 새삼 강조한다는 것이 어색하다. 경제적 가치에 환경적 가치, 문화적 가치, 공익적 가치를 환산하면 세상 어느 재화와도 비교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산림이 없는 인간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산불로 한 번 훼손된 산림은 복원하는 데 최소 30년, 그리고 주변 생태계까지 원상회복시키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쯤되면 산불을 낸 죄가 얼마나 큰 죈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산림청이 최근 10년간 산불발생 원인을 조사해 발표했다. 입산자 실화가 44%, 논밭두렁 태우기가 18%, 담뱃불 실화가 8%였고 쓰레기 소각과 성묘객 실화가 각 7%, 어린이 불장난이 3%, 기타가 13%였다. 조사결과 대로라면 모든 입산자에 대해 신고제를 실시하고, 산불감시원을 대폭 늘려 정찰활동을 강화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산불이 절반 정도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