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고유어와 한자어

우리말은 고유어(토박이말)와 한자어가 무수한 유의어(뜻이 비슷한말) 쌍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는 봄바람과 춘풍, 여름옷과 하복, 햇빛과 일광 같은 경우처럼 고유어와 한자어가 일 대 일 (一對一)로 대응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 고유어와 한자어는 일대 다(一對多)로 대응한다.

 

예를 들면, 고유어 동사 ‘고치다’에 대응하는 한자로 (건물을)수리(修理)하다, (옷을)수선(修繕)하다. (병을)치료(治療)하다, (잘못)을 교정(矯正)하다. (정책이나 진로를)수정(修正)하다. (세법)을 개정(改正)하다, (제도를) 개혁(改革)하다, (기록을) 경신(更新)하다, (구조를)개조(改造,改組)하다. (낡은 건축물을) 개수(改修)하다 같은 한자어를 들 수 있겠다. 구체적 문장들 속에서 이 한자어 동사들은 ‘고치다’로 대체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 ‘고치다’를 아무 한자어동사로나 대체할 수는 없다. 예컨대 우리는 ‘옷을 수선하다’, ‘병을 치료하다’, ‘잘못을 교정하다.’같은 표현을 ‘옷을 고치다.’, ‘병을 고치다.’, ‘잘못을 고치다.’로 말할 수 있지만 ‘병을 고치다.’를 ‘병을 개혁하다’로 바꾼다거나, ‘세법을 고치다.’를 ‘세법을 치료하다.’로, ‘잘못을 고치다.’를 ‘잘못을 수선하다.’로 바꿔 말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깐 고유어 ‘고치다.’는 그 대응 한자어들을 모두 의미적?통사적으로 포괄하고 있는 반면에 대응 한자어들은 ‘고치다’의 여러 영역 가운데 일부분씩을 떼어내어 자기 몫으로 삼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많은 우리말에는 고유어 대 한자어가 일 대 다 대응하고 있어 한자어가 국어를 보다 섬세하고 명확하게 만들고 있지만 자칫 잘못 쓰면 엉뚱한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