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독성으로부터 비척대지 않을 묘방 찾아 나서기로 하자

공숙자(수필가)

독성으로부터 비척대지 않을 묘방 찾아 나서기로 하자

 

운정! 오늘은 말이다. <100년의 인생, 또 다른 날들의 시작>을 읽고 난 소감의 일단을 너에게 말하고 싶어. 진즉부터 나는 이 책의 저자인 ‘소노 아야꼬’씨의 다른 저서를 읽고 나의 인생관이며 문학적 지향의 어떤 고지에 이끌린 바가 매우 컸었어. 또한 그녀의 인생역전이나 문학적 편력을 되짚어 보면서 문학적 발현의 지고성은 천부성이라기보다는 각고의 절차탁마성이라는 논리에 고개 끄덕이기도 했었어.

 

운정! 이 책 속의 “한가는 여가다. 여가란, 원래는 자신을 풍요롭게 하기위해 내향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어떤 사람은 여가를 전적으로 외적인 것에 소모한다.”라는 대목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이끌렸고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으론 켕기는 바가 몹시 컸지 뭐야.

 

운정! 한가란, 외로움으로, 더 나아가선 고독의 늪으로 가는 지름길이어야 한다더구나. 외로움이나 고독이란 것이 내면의 숲 속을 산책하는 소요를 안내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한가야말로 아무에게나 주어져서는 안 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독성인지도 몰라. 우리 함께 한가라는 이 위험천만한 독성으로부터 비척대지 않을 묘방을 찾아 나서기로 하자. 안녕!

 

/공숙자(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