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아픔이든 기쁨이든 다 젖어서 남은 삶 두려움없이 살자

조정희(시인)

아픔이든 기쁨이든 다 젖어서 남은 삶 두려움없이 살자

 

승진아, 겨울과 봄 사이엔 그리움이 고여 있어.

 

그 그리움은 봄날 햇살을 만나서 꽃망울 터트려 꽃을 피운다는 거.

 

친구야 오늘은 화초에 물을 주고 차한 잔 마시면서 너의 안부를 묻는다.

 

라면처럼 꾸불꾸불 한 뇌 속을 더듬어 추억의 문을 열면 숨었던 그 기억들, 봄이 오면 꽃으로 필 수 있을까?

 

친구야! 대학 4년 동안 실과 바늘처럼 무던히도 붙어 다녔지.

 

교정 곳곳에 배인 너와의 추억들이 있어서 지치고 쓸쓸한 시간도 내게 힘이 되었던 것을 잊지 않고 살았다.

 

지금 여기는 어디쯤일까.

 

친구들은 아들 딸들의 결혼 청첩장을 보내오는데, 안타깝게도 네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지. 혼자 남은 너에게 친구로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친구야. 삶은 힘들지만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속담을 기억 하면서, 아픔이든 기쁨이든 허무든 다 젖어서, 남은 삶을 두려움 없이 견뎌 가야함을 기억하자.

 

우리에게 허락된 남은 시가을 넉넉한 마음으로 누비이불 같은 꿈을 꾸면서 걸어가자꾸나.

 

/조정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