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이러한 생각으로 건축을 양산하다보니 건축은 자연히 기능주의로 치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장식적인 요소는 배제되고 생산성과 효율성에 의해 모든 건축이 평가되었다. 이것이 바로 근대 기능주의 또는 국제주의 양식이다.
그러나, 1970년 대 들어서서 지나친 기능주의 양식의 건축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하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15세기 경 고딕양식에서 르네상스양식으로 변화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당시의 르네상스 양식은 절대 기독교 시대를 벗어나 휴머니즘(인간주의, 인본주의)으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의식의 표현이었다.
그 이후 장식적인 요소는 새로운 인본주의적인 표상이 되었고, 상업주의 건축은 이제 지나칠 정도로 스스로의 장식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휴머니즘 입장에서 새롭게 건축을 바라보고, 나아가 인간의 속성도 재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어떤 속성을 갖고 있는가? 인간은 단순한 것보다는 복잡함을, 지루한 것보다는 자극적인 것, 매끄러움 보다는 거칠음을, 대칭보다는 비대칭을, 사고(思考)적 것 보다는 감각적인 것을, 이성적 보다는 감성적임을, 일반적인 것보다는 역동적인 것 등을 선호하는 경향을 갖는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인간은 겁쟁이다. 인간은 고정적이지 않고 변덕스럽다. 인간은 직선적이지 않고 곡선적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양(陽)적이지 않고 음(陰)적인 성향이 강하다 인간이 밝고 따뜻함을 선호하는 까닭은 인간 자체가 음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익숙한 것보다는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인간은 어떠한 일에 결정적이지 못하다.
인간의 속성을 수용하는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가? 즉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과 건축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사용자들의 속성을 수용하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 무수히 많은 민족, 지역, 장소에 따라 다양한 인간의 부류에 따라 다른 속성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사용자들의 속성을 먼저 파악하여야 된다. 인간 자체는 자연이다. 자연의 속성은 변화이다. 성장이다. 예측불허하다.
휴머니즘적인 건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크기, 규모, 재료, 기능, 그리고 특성 등을 그 사용자에 맞도록 해야 한다.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도외시한 근대건축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휴머니즘적인 건축이 요구되고 있다. 지나치게 똑같지 않고, 지나치게 직선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기능적이지 않은 여유의 공간과 느낌과 그리고 이미지를 요구한다. 휴머니즘 건축은 인간을 살아있게 할 것이다.
/건축가·전주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