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따돌림’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주변인까지 아울러 다양한 입장을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준 책이다. 이야기 ‘나이프’는 왕따를 당하는 아들을 둔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미워 해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아무런 행동도 옮기지 못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작가의 안타까운 시선이 묻어난다. 덩치 큰 에비수가 약한 히로시를 괴롭히는 이야기를 담은 ‘내 친구 에비수’는 이를 단순히 나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친구 사귀는 법을 잘 몰라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전한다.
집을 나간 껌벙이 / 이지현 글 / 계림북스쿨 / 6500원
개는 사람과 친밀도가 높은 동물이다. 그래서 어린이 문학작품에 개가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이 책은 털이 까만 잡종 강아지 껌벙이가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엄마와 헤어져 재원이네 집에 살게 되면서 겪은 이야기에 집중돼 있다. 낯선 집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맞게 되는 첫날밤의 외로움, 엄마 품에서 형제들과 뛰놀던 따뜻한 기억이 뒤엉키면서 껌벙이는 엄마를 찾아 나선다. 껌벙이는 화가 아저씨네 집에 도착해 엄마와 형제들을 찾을 수 있을까.
말썽쟁이 토마스에게 생긴 일 / 질 티보 글 / 어린이작가정신 / 7500원
재미없는 책을 대체 왜 읽어? 라고 묻는 아이를 위한 책이다. 친구들과 싸우는 것은 물론 남의 집 유리창에 돌을 던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 토머스에게 친구가 있을 턱이 없다. 가는 곳마다 말썽인 토마스에게 착하고 내성적인 책벌레 기욤이 친구가 되면서, 결국 책 읽기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외톨이 반항아’를 길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요하지 않고 말없이 사랑으로 지켜보는데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똥땅나라에서 온 친구 / 박정애 글 / 웅진주니어 / 8000원
아이들도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어 한다. 정말 하늘로 올라가는지, 천국과 지옥은 과연 있는지, 누군가 지금의 나를 지켜보고 있는지 말이다. 이 책은 주인공 주영이를 통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으로 살다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다. 주영이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삶을 포기하려고도 하지만, 무지갯빛 슬라임과의 만남을 통해 똥땅나라로 여행하면서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을 준비하는 과정임을 알게 된다. 자살을 결심할 만큼 답답했던 우리네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두 친구 이야기 / 안케 드브리스 글 / 양철북 / 8500원
엄마한테 맞고 자라는 아이 유디트에겐 착한것 외에는 아무런 죄가 없다.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거짓말을 하다보니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 ‘외톨이’가 된 것이 전부다. 더욱 슬픈 사실은 이런 엄마조차도 차별과 학대를 받고 자라온 상처가 있다는 것이다. 미하엘 역시 결벽증적인 완고함을 지닌 아빠 밑에서 자라다보니 주눅 들어 난독증에 걸렸다. 결국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12년을 맞고 산 유디트가 선택한 것은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나눠 준 미하엘을 찾아 떠나는 일이다. 외롭고 쓸쓸한 아이에게 무관심보다 더 큰 벌은 없다. 새학기를 맞아 우리들도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사랑에 목말라 하는 아이들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