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남녘에서는 꽃소식이 들려올 것입니다. 법정 스님조차 견고한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유랑을 즐긴다는 매화 마을과 산수유 마을이 내 메마른 마음을 적십니다. 시간을 내어 주신다면 함께 남도 여행을 즐기고 싶습니다. 선생이 시의 백아라면 나는 시에 어두운 종자기에 불과하지만... 둘이서 발목이 저리도록 매화와 산수유와 섬진강 물결에 이끌려서 걷고 싶습니다.
항상 초부처럼 고진하고 질박한 성품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장작불의 원시적인 향수와 뚝배기의 시레기국으로 동동주를 마시는 취향에 반가운 박수를 청합니다. 그런가 하면 청보리의 정신으로 살고, 아픔으로 오늘의 부조리를 도끼질하는 선비의 기개에 갈채를 보냅니다.
벌써 송문 시인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언간 반세기에 이릅니다. 선생의 가슴에 고인 시를 옹달샘의 물처럼 마시게 해 준 세월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시의 뜨락이 풍성하기를 빕니다.
/이종승(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