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나무심기 적기(適期)

4월5일 식목일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나무심는 적기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16일, 경기 파주시는 춘분인 21일 식목일 행사를 갖는다. 도내 대부분의 자치단체들도 오는 26일 나무심기 행사를 모두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란을 거치면서 우리 산들은 황폐할대로 황폐해졌다.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기만 하고 조림에 힘쓰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나 73년 부터 치산녹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001년 까지 황폐한 산림 407만㏊에 100억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이같은 성과에 대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최단기 녹화성공 국가로 평가할 정도였다.

 

녹화사업을 한창 추진할 때만해도 나무는 식목일인 4월5일 전후 대대적으로 심었다. 식목일은 조선 성종이 동대문밖 선농단 (先農壇)에서 직접 논을 경작하고 뽕나무를 가꾸던 날에 유래해 광복직후인 1946년 제정됐다. 식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휴일로 까지 지정될 정도였다. 또 청명과 겹치는 이때쯤 부터 농가에서는 바쁜 농사철에 들어가 논밭 가래질을 비롯 채소파종등을 시작한다. 식목일 제정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로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겨울은 190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포근했었다. 지난해 11월 부터 올 2월 까지 전국 평균기온이 2.46도로 평년(0.43도) 보다 2.03도 높아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을 기록했다.

 

겨울이 따뜻하다 보면 수목들이 겨울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도 빨라진다. 즉 언땅이 녹는 시기인 3월 초·중순에 심은 나무의 활착력이 가장 뛰어나 생존율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으로도 20일이나 남은 식목일에 맞춰 나무를 심을 경우 일부 산간부를 제외하고는 이미 수목의 움이 트느등 생장활동이 시작된 뒤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생존율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식목일을 가장 나무심기 좋은 시기로 인식하고 있는게 사실이다.심은 나무가 가장 잘 살 수 있는 적기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때 행사를 위한 기념일이 아니라 식물생태를 기준으로 식목일을 앞당기는게 타당할 성 싶다. 특히 지난해 부터 공휴일 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변경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