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성계 장군이나 이순신 장군께서 떨쳐 입었던 그 황금빛 갑옷 자락에 줄줄이 매달려 현란하게 번쩍이는 조각들까지 '비늘 조각'이라 했다가는 상식이전이라는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다. 또한 그들 장군이 물고기가 아닌 이상 그들에 대한 지독한 모독이 될지도 모를 일이고. 그것은 '비늘'이 아니라 '미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갑옷비늘'이 아니라 '갑옷미늘'인 것이다. 흔히 무소가죽이나 외뿔소가죽으로 만든다는 비늘 모양의 그 번쩍거리는 갑옷조각들이 바로 '미늘'이다. 그리고 기왓장을 줄줄이 덧대어 지붕을 덮듯이 위쪽의 아래 끝이 아래쪽의 위 끝을 덮어 눌러 비늘 모양으로 달아 늘인 모양을 '미늘 달았다'한다. 또 낚싯바늘 끝 안쪽에 거스러미처럼 붙어 물고기가 물면 빠지지 않게 된 날카로운 갈고리 역시 미늘이다.
그리고 '비늘'과 '미늘'에서 연상되는 말이 '보굿'이다. '보굿'이란 소나무 밑둥의 비늘같이 생긴 두꺼운 껍데기를 말하는데, 어린시절 '보굿'을 파서 거룻배를 만들고, 그것을 도랑물에 띄우던 추억을 지닌 분들도 많을 것이다.
'더우면 꽃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고/ 구천(九泉)에 뿌리 곧 단(닿은) 줄을……'
뿌리가 너무 깊어 구천에까지 닿았대서 윤선도(尹善道)가 더욱 연모했을지도 모를 그러한 장송(長松)의 껍데기 역시 '보굿'인 것이다.
소나무를 설하걸(雪下傑), 즉 '눈 아래 의연히 서 있는 호걸'이라고 한 선인들의 안목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