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춤 남기고' 신용숙 현대무용단 사포 대표 별세

“무대에서 춤을 추다보면 내가 아닌 순간이 있어요. 느끼기 힘든 감정이죠. 공연이 끝나고 기분이 좋으면 무용수는 절대 안죽는 것 같아요.”

 

15일, 신용숙 현대무용단 사포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마흔넷이라는 아까운 나이. 심장마비였다.

 

춤을 잘 추고 나면 무용수는 절대 안죽는다는 말은 신대표가 2006년 사포 정기공연 ‘아름다운 기억들’을 올리며 한 말. 힘들지만 춤을 추는 이유라고 했다. 이제 ‘아름다운 기억들’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고, 그 역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됐다.

 

춤판이 척박했던 시절부터 전국을 무대 삼아온 사포는 그에게 있어 전부나 다름없었다. 80년대 2·3대에 이어 1996년부터 줄곧 대표로 활동해 온 그는 22년된 사포에 창단멤버로는 유일하게 남아있었다. 그러면서도 늘 대표라는 직함을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미안해 했다.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작품은 랭보의 시를 춤으로 풀어낸 ‘취한 배’. 교통사고로 병원과 연습장을 오가며 힘들게 완성시킨 작품이었다.

 

‘취한 배’에 나오는 코르크 마개보다도 더 가볍게 춤을 췄던 신대표. 그러나 보는 이들에게 그의 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현대무용이 가진 에너지와 춤에 대한 내밀한 해석이 그 몸짓 안에 진지하게 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것은 그의 춤과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 뿐. 17일 전주 승화원에서 한 줌 재가 되어버린 그를 보내며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었다”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말이 슬프게 남았다.

 

원광대 대학원을 졸업한 신대표는 ‘제18회 멕시코 세르반티노 국제페스티발’ ‘94상해예술제’ ‘제2회 한국안무가경연페스티발’ 참가, 평론가가 뽑은 ‘제1회 젊은 안무가’ 선정, 제7회 전국무용제 ‘우수상’ ‘연기상’ 수상 등 무용가와 안무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다섯번의 개인공연을 가졌으며, 전북민예총 무용분과장으로도 활동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