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항상 저희 육남매에게 재래종 밤송이를 사람에 비유했지요. 설익어서 벌어진 밤송이는 잘난 척하는 사람, 잘 익은 밤송이는 실속 있는 사람, 쭈글쭈글한 밤송이는 실속 없는 사람과 같다고 했지요. 또 밤송이에 알밤이 세 톨 들어있으면 우애 있는 3형제, 두 톨은 다정한 오누이, 한 톨은 버릇없는 외아들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쪽 밤은 동생들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어야 쪽니가 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육 남매의 우애를 암시하는 교훈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고향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수입농산물 때문에 삶의 의욕을 잃은 농민들이 정든 고향을 등지거나, 농사지어야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가위눌린 듯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 토종농산물이 풍부하고 아버지 얼굴에 주름살이 없는 유년시절의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싶습니다.
/김정길(수필가·전주상의기획 진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