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이상한 사람들'

최인호 소설ㆍ김무연 그림ㆍ도서출판 열림원...허공으로 사라지고...

'300킬로그램이 넘는 거대한 바닷거북이 알을 낳는다. 놀라운 것은 알을 낳는 바닷거북 바로 곁에서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새끼거북이 인도양의 바닷물로 뛰어드는 장면이었다.

 

그 새끼거북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 30년간이나 넓은 대양을 헤매다가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바닷가로 회귀해 알을 낳는다.'

 

 

소설가 최인호.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 쓴 작품을 교정을 보면서 그는 바닷거북이 알 낳는 장면을 떠올렸다고 한다. 마치 30년 동안이나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와 알을 낳는 거북처럼, 그 역시 이 작품들을 처음 썼던 서른 살 중반을 거쳐 40대, 50대, 그리고 60대에 이르렀다.

 

'다시 돌아와 산란하듯' 펴낸 「이상한 사람들」(열림원).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포플러나무' '침묵은 금이다'. 다시 그의 손에 잡힌 세 편의 소설은 모두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로 시작된다.

 

자신만의 집을 갖는 것이 평생 소원인 사람, 높이 더 높이 뛰어올라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려는 사람, 어느날 갑자기 침묵해 버린 사람.

 

그가 30대였을 때 이들은 자폐적이고 기형적인 사회 부적응자였을지 몰라도 60대가 된 지금은 아니다. 비틀어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쳐버리는 수 밖에 없다. 누가 이들을 이상하다고 하는가.

 

최인호는 한국 문단에서 이색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작가다. 서울고 2학년에 재학중이던 열여덟살 때 교복차림으로 신춘문예 시상식장에 나타나 모두를 놀래켰던 그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벽구멍으로'로 당선작 없는 가작입선을 했다. 스물일곱이 되던 1972년에는 조선일보에 '별들의 고향'을 연재해 최연소 신문연재 소설가로 기록됐다. 「별들의 고향」을 출판할 때는 최인호 얼굴 사진으로 뒷표지를 채웠는데, 책 표지에 작가 사진이 게재된 것도 최초 사례였다고 한다.

 

25년 만에 「이상한 사람들」을 읽은 작가는 "내가 쓴 소설이었으면서도 신선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1987년에 가톨릭에 귀의하여 신앙을 갖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6, 7년 전 「이상한 사람들」을 쓸 때 이미 충분히 종교적 사유를 갖고 있었다는 점은 놀랍다고 했다.

 

그는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상한 사람들」을 쓸 당시, 같은 제목과 같은 테마로 10편 이상의 연작들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써두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최인호가 들려주는 환상과 잠언의 세계. 언어로만 존재하던 이상한 사람들의 모습은 따뜻하다. 촉망받는 일러스트는 김무연의 그림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