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겨울비가 세차게 몰아치던밤 선생은이승을떠나셨습니다

김희선(수필가)

운정 김동필(雲汀 金東必) 선생!

 

세찬 겨울비 속에 선생을 떠나보내던 때가 바로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해가 바뀌고 계절도 바뀌었습니다.

 

무심한 세월은 흘러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는 선생이 이 세상에 안 계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 선생이 오랫동안 몸담아 오시던 정읍예총과 정읍문화원의 회장, 원장 이·취임식이 있었는데 생존해 계셨더라면 당연히 참석하셨을 낯익은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몇 번씩이나 장내를 둘러봐야 했습니다.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은 작년 10월 하순경,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우연히 선생을 만나 정읍까지 오는 3시간 동안 한 자리에 앉아 많은 얘기를 나눈 것이 마지막일 줄이야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때 아닌 겨울비가 세차게 휘몰아치던 지난해 12월 7일 밤 9시경에 날아든 선생의 부음에 한 동안 할말을 잊어버렸습니다.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왔지만 처가의 중요한 행사와 겹쳐서 형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가슴 아팠는데 어느덧 새싹이 파릇하게 돋아나는 봄이 가까이 왔습니다.

 

선생이 계시는 그곳에도 봄은 이미 시작되었겠죠?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며 명복을 빕니다.

 

/김희선(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