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지구환경시대이다. 근대 문명은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를 위한 토대를 제공했지만 인간생존의 근본적 기반인 자연을 도구화하고, 황폐시키는 우(愚)를 범했다. 지구온난화, 오존층의 파괴, 대기와 수질의 악화, 토양의 오염, 생물종(生物種)의 감소 등이 지구환경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전 지구적 환경위기의 극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이제는 발전과 환경을 배타적인 개념으로 보지 말고, 환경 자체가 발전의 중요한 전제이자 기회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경제 시스템이나 도시 및 지역발전 시스템, 그리고 우리의 생산과 소비양식 전체가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1년에 약 336억 톤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 중 생활용수는 72억 톤에 이른다. 비록 각 유역별로 수자원의 공급과 이용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는 있으나 우리가 생활용수의 10%만 가정에서 아껴도 섬진강 상류의 주암댐 규모와 비슷한 양의 물을 절약하게 된다. 가격의 탄력성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물 값을 인상해서라도 물의 수요관리와 물의 사용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아직도 상수도의 누수율(漏水率)이 14.8%이고, 무수율(無收率)이 13.3%임을 감안하면 낡은 상수관의 교체는 물론이려니와 계량기를 조작하여 물 값 덜 내는 몰염치한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는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시 내의 낡은 하수관부터 정비하고, 빗물과 폐수를 철저히 분리하여 2차, 3차 처리까지 가능한 하수종말처리장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도시와 농촌에서 사용하고 있는 합성세제, 비료, 농약 등의 양을 줄여야 하고, 특히 하천의 부영양화(富營養化) 원천인 축산폐수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비점 오염원(non-point pollution)을 체계적으로 차집(遮集)하여 처리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환경보전의식에 대한 학습과 계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편 대기오염은 오존층의 파괴를 유발하고, 이는 다시 엘리뇨(El Nino)와 라니냐(La Nina)라고 하는 이상기후를 초래하여 홍수,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저유황유의 사용과 매연차집기의 설치가 의무화되어야 하며, 대기오염의 또 다른 원천인 자동차, 특히 경유를 사용하는 승용차, 버스, 지프차, 트럭 등의 매연가스를 줄일 수 있는 노력과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자동차 대수는 이미 1,500만대를 넘어 섰으며, 이 중 30%의 경유차가 매연가스의 64%를 배출하고 있다. 산성비와 토양오염으로 인해 늦가을의 낙엽이 썩지 않는 것은 낙엽을 썩게 하는 미생물종이 사라져 버린 결과이다. 흙의 영양분이 고갈되고 있다. 생태계의 파괴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정식(안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