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상실의 시대

혼자 있다고 느껴질 때

1995년 여름, 내게 찾아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그 안에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은 마음 깊이 남겨졌다. 그냥 흘려듣던 노래가 문자와 함께 파고드는 느낌. 그 때의 느낌은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

 

2000년 가을, 그 음악이 마치 나의 것인 것처럼, 마치 내가 와타나베인 것처럼, 공항 라운지 한가운데에서 나만의 '상실의 시대'는 시작됐다.

 

지금보다도 젊었던 그 때. 20대 초반, 나에게 깊은 영향을 줬던 「상실의 시대」와 소설보다 더 깊은 느낌의 '노르웨이의 숲'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유연하고 깔끔한 자연스러움 만큼이나 '나'로 나오는 주인공 '그'는 음악을 좋아하고 피트 제랄드의 '위대한 캐츠비'를 좋아하고 항상 고독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요양원의 '레이꼬'가 기타 치는 장면은 지금도 자주 머릿속에 맴돈다. 그녀가 연주하는 '노르웨이의 숲'을 들으면 '나오꼬'는 그녀 자신이 깊은 숲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혼자 춥고 어두운 곳에 있는데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는 그런 외로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나 또한 그랬다.

 

'그'가 '나오꼬'의 장례식이 너무 외로웠고 쓸쓸하다고 하자, '레이꼬'는 그 장례식을 잊으라고 하면서 '나오꼬'의 장례식에서 기타로 51곡을 연주한다. 그 음악들….

 

디어 하트, 노르웨이의 숲, 미셀, 페니 레인, 블랙버드, 주리아, 웬아임식스티포, 노호에어맨, 앤드아이러브허, 헤이쥬드, 업온더루프, 라벨의 죽은 여왕을 위한 파반느, 드비시의 월광, 크로스 투 유, 워크 온 바이, 웨딩벨 블루스, 로저스하트, 거쉰, 밥딜런, 레이찰스, 캐롤킹, 비치보이스, 스티비 원더, 위를 보고 걷자, 불루 벨벳, 그린 필드, 엘리너리그비, 바하의 푸가…. 이렇게 그녀가 연주하는 곡목을 나열해 놓은 것은 그가 매우 음악을 사랑한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레이꼬'가 기타 치는 장면을 상상하며 부러움은 그렇게 쌓여갔다. 기분이 울적할 때, 기쁠 때, 슬플 때, 내키는 대로 마음껏 기타를 연주할 수 있는 그녀가 내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음악 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의 한없는 상실과 재생을 애절함과 감동으로 그려낸 「상실의 시대」는 대학 분쟁에도 휩쓸리지 않고 면학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섹스에도 능한 주인공 '나'와 각각 다른 이미지의 여인, '미도리' 그리고 '레이코'와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식이 잘 그려져 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어린 시절의 상실감은 아직까지도 인생은 상실의 연속이라는 관념 속에 살아가게 만든다.

 

소설보다 더 깊이 남은 '노르웨이의 숲'은 여전히 고독할 때의 마음과 함께 하게 된다. 비틀즈, 오프라 하노이, 허비행콕, 유러피언 재즈트리오 등 각기 다른 느낌으로 전해오는 'Norwegian Wood'. 「상실의 시대」의 깊이 파고드는 문자와 더불어 꼭 챙겨 들어보길 추천한다.

 

/명상종(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공연기획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