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돋보기와 졸보기

돋보기는 먼 것을 잘 보고 가까운 것은 잘 보지 못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이 쓰는 안경을 말한다. 원시(遠視)와 같은 말이다. 그리고 눈의 굴절 이상으로 물체가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은 난시(亂視)라 하는데 이는 또 '어릿보기'라고도 하고, 돋보기와는 반대로 가까운 것을 잘 보고, 먼 것은 잘 보지 못하는 일,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쓰는 안경은 졸보기라고 하고 이는 또 '바투보기'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안경을 쓴 대부분의 젊은 사람은 졸보기라고 할 수 있겠다.

 

 

돋보기와 졸보기는 각각 '돋다'와 '졸다'에서 나온 말이다. '돋다'는 해가 돋는다, 새싹이 돋는다는 말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말이다. 반대로 '졸다'는 '줄다'의 작은 말로 '찌그러지다'와 통하는 말이니 싹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래서 우리말로 진화(進化)는 돋되기, 퇴화(退化)는 졸되기라고 한다.

 

 

그런데 '돋다'에서 나온 '돋구다'와 '돋우다'의 차이에 대해서는 잘 새겨 둘 필요가 있다. 둘 다 더 높아지게 한다는 뜻에서는 서로 통하지만 등잔의 심지, 용기(勇氣), 입맛, 싸움 같은 것은 다 돋운다고 하고, 오로지 안경의 돗수만은 돋군다고 한다. 그러니까 발돋움은 맞지만 발돋굼은 틀린 것이다. 따라서 화가 나더라도 '화를 돋구지 마'가 아니라 '화를 돋우지 마'라고 말할 것이며,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도 눈 간수를 잘 해서 안경 돗수는 돋구지 말 일이다.

 

 

한 가지 더 돗수가 없는 안경은 맞보기라고 하는데, 이는 사물이 있는 그대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