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내 앞에 나타난 까맣게탄 얼굴 치아만 하얗게 반짝거렸어

진원종(수필가·전주문화선비)

길환! 몇 년 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냐. 너는 나와 유난히도 인연이 남달랐던 ROTC 동기생이었지. 젊은 시절, 전방의 모 사단에서 근무하던 어느 여름날, 너는 정글화를 신고 까맣게 탄 얼굴로 내 앞에 나타났었지. 건장한 모습에 치아만 하얗게 반짝거렸어. 백마부대 중대장 근무를 마치고 막 귀국해서 우리부대로 전입해온 거였지. 나는 내가 담당하던 일을 너에게 인계해 주고 월남으로 떠났었어.

 

얼마 후, 상무대에서 우린 또 만나 몇 개월간을 같이 보냈어. 그리고 수년이 지난 후 내가 예편하고 우연히 길에서 널 해후했을 때의 반가움이라니. 난 너에게 웃으며 말했었지. 왜 내 뒤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느냐고. 우리는 가족과 함께 산으로, 계곡으로 다니며 어울렸었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넌 그놈의 췌장암이라는 것에 걸렸어. 그리고 내 곁을 영원히 떠나가 버렸지. 봄은 해마다 화려한 빛깔로 다시 찾아오건만 너의 그 순수하고도 환했던 미소는 다시 볼 수 없구나.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게 인생이더냐.

 

/진원종(수필가·전주문화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