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대나무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다/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오우가(五友歌)가운데 대나무의 푸름을 찬양하며 아울러 대나무가 상징하는 지조와 절개를 나타낸 시조다.

 

아시아의 계절풍 지대 즉 중국의 남쪽지방에 흔한 대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40여종이 있는데 주로 중국과 인도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한국에는 중부 이남지방에서 죽순대, 오죽, 솜대, 반죽, 관암죽, 왕대등 6종류가 자라고 있다. 대나무는 한자로는 죽(竹)인데 중국의 남방음이 ‘덱(tek)’으로 끝소리 ‘ㄱ’음이 약하게되어 ‘대’로 변천하였고, 일본에서는 두 음절로 나뉘어져 ‘다케’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대나무는 얼마전 까지만해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긴요하게 쓰였다. 활, 화살, 창등 무기에서 부터 대금, 피리, 퉁소등 악기로 이용됐는가 하면 광주리, 합죽선, 참빗, 담뱃대, 필통등 생활용구 재료로 널리 쓰였다. 봄 부터 여름에 걸쳐 따는 죽순은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됐다. 여름에는 죽부인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시골집에서는 울타리 역할까지 함으로써 정취를 더했다.

 

대나무는 예로 부터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돼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4군자(四君子)로 일컬어졌다. 사람의 성격을 ‘대쪽 같다’고 비유하면 본인은 물론 가문의 영예가 되기도 했다. 유교적 가치관이 몸에 밴 선비들이 대나무를 생활의 척도로 삼은 이유이다.

 

고엽제를 뿌려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대나무가 지난 2005년 겨울 혹한과 폭설로 도내는 물론 남부지방에서 상당수가 고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이같은 피해에 대해 ‘나라에 변고가 나타날 조짐’이라는 괴담까지 퍼질 정도였다. 전남 담양 대나무숲에 버금갈 만큼 도내 최대인 1만5000평 규모에 북방한계선에 위치해 보전가치가 높은 익산시 금마면 구룡마을 대나무숲도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오늘 식목일을 맞아 주민들과 익산시, ‘전북 생명의 숲’이 나서 구룡 대나무숲 복원작업을 펼친다고 한다. 고사된 대는 제거하는 한편 회생가능성이 큰 대는 적극 살리기로 했다. 숲을 잘 가꿔 보전하는 작업 역시 나무를 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식목일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