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세계 명화 비밀'

8점 완성과정...사회적 기능·대중의 기대·문화적 의미 담아

1991년 영화 '나 홀로 집에' 포스터. 1995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댄 퀘일의 반대자들이 만든 티셔츠. 1995년 영화 '스크림'에 사용된 할로윈 가면.

 

이것들의 공통점은 '자연을 관통하는 그치지 않는 비명소리'를 들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그렸다는 에드바르드 뭉크(1863∼1944)의 <절규> (1893년)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의 불안이나 아이러니는 뭉크의 <절규> 를 친숙하게 느끼게 한다. 우울증과 강박적인 종교관에 시달리고 있던 작가 자신의 상처받은 삶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작품. 100여년 전, 화가 자신이나 그 시대의 신경증을 담아낸 그림이 지금에도 통한다는 것은 이 그림이 시대를 넘어서는 '명화'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전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모니카 봄 두첸의 「세계명화 비밀」(생각의나무)은 명화와 관련된 이야기 속에서 미술 작품의 사회적인 기능과 대중의 기대, 문화적 의미 등을 읽어내고 있다. 화가의 편지, 주변의 증언 등 전기적인 사실을 재료로 활용해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다각도로 추적하고 있다.

 

대상이 된 명화는 미켈란젤로 부나로티 <다비드> 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 프란시스코 데 고야 <1808년 5월 3일>,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 에드바르드 뭉크 <절규> ,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 잭슨 폴록 <가을의 리듬> . 1501년에서 1950년 사이에 제작된 여덟 점의 미술작품의 비밀은 흥미롭다. 레오나르도는 <모나리자> 를 그리면서 새로운 투시법 형식을 고안해 냈으며, 그로부터 400년 후 피카소는 루브르에서 그 초상화를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경찰 신세를 질 뻔 했다. 고야는 군주정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1808년 5월 3일>을 그렸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그림을 왕에게 선물했으며, 잭슨 폴록의 작품은 미국 CIA의 지원을 받았다.

 

두첸은 "이 작품들을 가능한한 모든 각도에서 자세히 조명해 보고 싶었다”며 "그런 걸작들이 문화 전체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일상적인 것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명작도 대부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반응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혼란스러운 반응을 얻었고 그 예술적인 영향도 즉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천재의 능력은 '우선 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으며, 그들의 문화적 생산물은 기존의 상태를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2005년 가을부터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시리즈를 펴내기 시작한 생각의나무는 「세계명화 비밀」 2∼3권도 내놓았다. 2권은 '신화 상징'과 '성서 상징' 등 두 권으로 나왔으며 3권은 '르네상스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