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너와 얽혀 화제가 된다면 까짓 근신쯤 한대도 어쩌겠니

형문창(소설가)

그리운 소녀 옥련아.

 

나는 지금도 너와 내가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는 생각을 할라치면 가슴이 설렌다. 한 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곁눈으로 훔쳐보기만 하면서도 마냥 즐겁던 내가 큰 용기를 내어 네게 편지 한 통 쓴 것이 그만 들통이 나는 바람에 결국 근신 처벌까지 받았던 사실을 기억하지? 처벌을 받으면서 나는 몹시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너와 얽혀 화제가 되는 것이 왠지 싫지만은 않았었다.

 

그 뒤 우리가 고등학생 시절 버스 터미널에서 우연히 한 번 만났으나 여러 사정으로 가슴만 졸이다가 그만 너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우리 인연의 끝이 되리라는 생각도 못 하면서 세월이 이렇게 흘러 버렸구나.

 

그러나 사실 나는 언제부턴가 네가 내 가슴속에 깊이 들어와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파에 닳고 해지다 보니 산다는 것 자체가 너덜너덜해지는가 싶어 가끔식 짜증이 날 때 그 수렁에서 나를 건져 준 것이 바로 너였기 때문이었다. 너는 그때 그모습으로 내 가슴속에 살고 있었고, 나는 가슴이 마구 뛰고 마음이 설레어 허둥대는 소년의 모습으로 너를 느끼며 살았던 것이다.

 

내 가슴속의 그리운 소녀야.

 

언제라도 너와 다시 얽혀 화제가 된다면 까짓 근신쯤이야 하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네가 어디에선가 나의 이 마음을 읽어 주었으면 참 좋겠다는 간절한 생각을 담아 엽서를 띄운다. 옥련아.

 

/형문창(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