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군산시민들의 과제

강인석 기자(군산주재)

국립대 통합 문제를 놓고 군산지역이 시끄럽다. 지난달 23일 300여개의 통합 반대 플래카드가 시내 곳곳에 내걸린 이후 시민사회단체의 국립대 통합 반대 기자회견이 하루가 멀다하고 열려왔다.

 

9일에는 그동안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군산시가 국립대 통합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시의회와 군산상의, 군산문화원, 군산경실련, 예총 군산지부, 군산시 체육회 등 지역내 23개 단체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 시민들의 머릿속에는 대학 통폐합으로 인한 과거의 피해의식이 내재돼 있다. 옛 전북대 상과대학과 군산교대, 군산수산전문대 등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군산대가 전북대와 통합하면 전북대의 단과대학으로 전락해 지역발전이 크게 저해될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다.

 

대학 통폐합 추진으로 인한 지역사회 혼란의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동안 지나치게 많은 대학 설립을 인가한 것이 오늘의 상황을 초래한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면한 국립대 통폐합 문제는 책임 소재를 따질 정도로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다. 학생수 감소와 이에 따른 재정문제로 몇 년뒤 존폐의 기로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대학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군산대는 국립대 통폐합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판단하고 있지만 들끓고 있는 지역내 통합반대 여론에 난감해 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계속 거세게 반발할 경우 국립대 통합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시에 플래카드 300개가 걸릴 정도로 시민들의 애정이 있었다면 애초에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란 군산대 관계자의 자조 섞인 탄식이 이제 군산 시민들이 풀어야 할 숙제로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