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네거티브에 병들어가는 익산사회

엄철호(익산본부장)

우리 가곡 ‘떠나가는 배’가 있다.

 

마지막 소절 ‘날 바닷가에 홀로 남겨두고 기어이 가고 말았네...’가 흘러 나올 땐 적막한 외로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깊은 슬픔을 남긴다.

 

얼마전 10여년을 넘게 알고 지내 온 선배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동생, 나 익산 떠나네... ”

 

“익산, 이제는 생각도 안할거네, 징그럽네,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고향을 찾으려네...”

 

갑작스런 선배의 전화 한통에 가슴이 서늘해지고 목이 아파왔다.

 

익산을 혐오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간 선배를 생각하며 그동안 내가 보낸 사람들을 하나둘 떠 올려보니 말로 표현할수 없는 안타까움이 가슴을 더욱 여미게 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하나 하나씩 내 곁을 떠나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도시 익산을 떠나간 것이다.

 

어렵게 사귀어 정들만하면 익산을 떠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봤다.

 

다니던 회사를 옮긴 사람, 회사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함께 떠난 사람, 새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고 떠난 사람등 갖가지 이유가 많이 있었지만 익산지역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비방과 음해, 질시, 견제 등 부정적 요소들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익산에서 성장한 기업과 사업가들이 한 때 서울등 대도시로 떠날때 익산 지역 사회는 그들을 비난만 했다.

 

“익산에서 돈 벌더니 이제 익산을 떠난다”고 말이다.

 

그러나 떠난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긍이 가는 점도 있다.

 

익산에 본사를 둔 기업들을 크게 성장할수 있도록 돕지는 못할 망정 깎아내리고 방해를 하면서 개인적 처신까지 들먹거리며 폄하하는 지역의 부정적 정서는 그들이 익산을 떠날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설명되기에 충분했다.

 

“익산에서 근무할때 지역 사람을 사귀지 않았습니다. 선배와 동료들이 익산에서 근무할때 사람을 만나지 않는것이 처신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따라 아예 익산에서는 저녁 식사도 자제할 정도였습니다.”

 

익산관할 사법기관에서 근무한적이 있는 검찰 공무원 A씨의 말이다.

 

“익산에서는 근거없는 음해와 비방이 난무합니다.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면 자칫 구설에 휘말릴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지역 인사 만나기를 꺼려했습니다.

 

지역 사회가 남만 탓하는 잘못된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것 같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역시 익산에서 정부기관 책임을 맡았던 B씨의 회고다.

 

익산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다.

 

자신과 별 상관없는 일에 덤벼들고, 훼방을 놓는다.

 

특별한 경쟁 관계도 아닌데 비방하고 음해한다.

 

지역에서 성공하면 속칭 ‘잘 나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괜히 헐뜯고 안주삼아 갈기갈기 찢어 씹어 삼킨다.

 

누군가 사법기관 조사를 받으면 옹호하고 변호하는것이 아니라 ‘이것 저것 잘못한것이 더 있다’며 오히려 정보 제공에 앞장선다.

 

익산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부정적 분위기가 지역 사회에 잔뜩 팽배해져 있음을 다시 엿볼수 있는 지적들이다.

 

익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고위공직자 C씨는 “익산 근무때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지역 현안 문제가 책상 앞에 놓일때 왠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귀찮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적 투자만 능사가 아니라 지역 사회 분위기를 건전하게 일신시키고 품위 향상 운동을 벌이는것이 우선 선행되어야 할것이다”고 일침을 놓았다.

 

익산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분위기는 고위공직자들이 중앙부처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할때 익산 이익에 부합하는 판단을 하지 않을수 있다는 우려가 분명 있을수 있음을 경고하는 단적인 사례다.

 

결국 익산만 큰 손해를 본다.

 

이제 변해야 한다.

 

새로운 도시 발전에 걸맞게 정서적, 도덕적 가치 상향이 요구되고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과거의 저급한 사고의 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남의 발목을 잡기 보다는 격려하고, 남의 탓을 비난하기보다는 내 탓이라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익산이 건전하고 품격있는 도시로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수 있다.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의 각성과 이를 극복할수 있는 지혜와 관심, 참여가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오늘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