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특히 지자체 실시 이후 각 지역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체험의 기회를 접할 수 있어 굳이 서울 중심권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됨이 의미 있고 반갑다.
봄이 되면서 밖으로 쏠리는 마음은 저마다의 놀이마당을 물색하게 만들고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정보는 대개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얻어내게 된다. 그런 상관관계는 TV프로그램의 경우 음식이나, 관광, 그리고 건강 같은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고 인기가 있다는 것에서 반증된다. 그래서 시청률을 의식하는 제작자는 정보로서도 가치가 있는 여가활용 소재를 일부러 선택하기도 하고 또 그런 점을 이용해 축제 관계자는 언론사와 접촉하며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펴기도 한다. 작년에 전국에서 치러진 축제가 725개, 지역마다 그렇게 경쟁적으로 행사를 치르다 보니 특히 TV매체의 경우는 지자체마다의 적극적인 홍보 대상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느 해는 어떤 이가 나를 찾아와 자기네 행사를 프로그램에 소개해 달라며 협박 비슷한 간청을 하던 일이 있었다. 방송을 등에 업고 행사장의 부스판매와 입장료 수익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그런가 하면 예산을 그렇게 헤프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수억, 수십억의 협찬비를 제시하며 행사의 공동 주최나 후원과 함께 많은 횟수의 TV스파트를 요구하기도 한다. 공익성보다는 정치적 흑심으로 전시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없지 않아 엄격한 심의의 잣대를 댄다. 모두가 TV의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자로서의 시청자는 현명하고 냉정하다. 아니다 싶으면 다시는 찾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것은 축제의 성격과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가 아닌가 싶다. 콘텐츠가 좋으면 방송이 스스로 행사장을 찾아 나서게 되어 있다. 우리 지역의 지평선이나 반딧불 같은 축제는 지난 해 우수축제로 뽑혀 정부지원과 함께 바람직한 축제로 자리매김한 편이지만 그러나 전국적으로 대대수의 행사는 컨셉과 프로그램상의 콘텐츠가 미흡하여 전문성이나 차별성이 떨어지고 거기에다 선심이나 과시, 무사안일로 인해 막대한 예산만 집행될 뿐 겉치레 행사가 많았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방문객 유치 숫자를 마구잡이로 계산하거나 상품 판매액수를 구매의향 계약액이라는 허수에 불과한 애매한 숫자로 부풀리고 도비나 국비까지 수입으로 잡아 흑자행사로 둔갑시키면서 성공적인 행사로 치부하기도 한다.
이제는 단순한 눈요기 감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차원에서의 전통성을 살린 다양한 현장체험 기회, 양질의 특산품 판매, 풍부한 먹거리와 편안한 잠자리까지를 제공하여 실질소득과 연계되는 방안이 정착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주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나아가 지역민의 단결과 화합을 통해 자긍심과 애향심까지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좋은 계절 속에 전주국제영화제, 남원 춘향제 등 우리 고장의 많은 행사들이 차례로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 모두 귀중한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보면 모든 축제들이 보다 독창적이고 풍부한 콘텐츠로 꾸며져서 성공한 행사로 평가되길 바란다. 여기에는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지만 주민 스스로의 감시역할 또한 중요함을 첨언하고 싶다.
/오태수(KBS방송문화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