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시범 도입키로 한 농가등록제가 농민들의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달 20일 농림부가 '2007 국민과 함께 하는 농어업분야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된 바 있으나 이제사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워낙 큰 일(한미FTA)을 앞두고 있어 미처 챙길 겨를이 없었던 모양이다.
농가등록제는 농가유형을 전업농과 성장가능 중소농, 65세 이상 고령농 그리고 취미·부업농으로 나눠 지원을 차등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영농규모와 전문성 및 연령을 기준으로 경쟁력이 있는 농가는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가는 지원을 끊어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규모화영농을 통한 농업경쟁력 강화로 외국 농산물과 맞서 보겠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는 백번 옳은 말이다. 또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농업의 장래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그러나 65세 이상 고령 농민을 퇴출시키겠다는 것 말고는 역대 정권에서 숱하게 시행착오를 겪어 온 농업정책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땅덩어리가 좁은 여건에서 규모화 만을 통해 농업강국들과 경쟁을 해보겠다는 발상도 그리 신통해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젊어야 전문성이 높고 농사를 잘 지을 거라는 전제에는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65세 이상 고령농민이라면 우리나라 근대농촌사회의 산 증인들이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뺏기고 뺏겨 이제 더 이상 뺏길 것도 없는 가시고기 같은 사람들인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평생 해본 거라곤 농삿일밖에 없어 일하지 말고 편히 쉬라면 도리어 몸져눕는 못난 인생들이다. 그런데 퇴출명단에 올리려고 농가등록을 하라니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우리 농업이 나아갈 방향은 작년 '농업인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하림 김홍국 회장의 수상인터뷰에 잘 담겨져 있다. "우리 농업정책은 식품소비의 변화를 무시한다. 소득이 올라가면 단백질 소비가 늘어가는데 생산인프라나 정책은 탄수화물 생산체제를 완고하게 유지한다. 인식을 바꾸고 시스템을 바꾸는 게 시급한 일이다" 정부는 아무 데나 칼을 들이대 애꿎은 농민 잡을 생각 하지 말고 방향키나 제대로 잡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