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무분별한 '데이' 소비문화

이화정기자(사회부)

지난 14일은 이성 친구가 없는 사람들끼리 만나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블랙 데이라고 한다. 옷과 구두, 양말, 액세서리까지 모두 슬픔을 표시하는 검정색으로 맞추고 검정색 음식을 먹는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같은 OO데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유통업체들이 얄팍한 상술로 턱없는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과거에는 밸런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 정도만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매달 14일로 1년이면 12번이 OO데이다. 게다가 빼빼로 데이(11월 11일) 등도 많아졌다. 유통업체들의 이색 마케팅과 아이디어 상품들이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OO데이를 지키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자유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소년과 20대 젊은층들이 주위의 유행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남들이 모두 지키는 이벤트를 하지 않을 경우 심리적 압박이 크다는 뜻이다. 값비싼 선물과 깜짝 파티를 마련해야만 기념일을 제대로 보내는 것이라는 무언의 압력속에 기념일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은 무슨 데이의 순수한 의미와 상관 없이 돈이 없으면 안 되는 기념일이 된다. 심지어 일부 대학생들은 기념일을 맞아 상대방에게 선물을 마련해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엔 초등학생들 마저 과도한 데이 챙기기에 몰두해 더욱 큰 문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친구와 선생님을 위해 준비해야 하고, 또 친구에게 주지 않으면 욕 먹는다는 이유로 사주고 있지만, 1만원 이상 되는 선물들이 많아 아이들 용돈으로는 사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적불명의 기념일로 인해 아이들까지 무분별한 소비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