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익산군 청금산 아래서 자란 너에게 동심으로 이 편지를 띄운다. 청순하고 정이 많던 친구야 간절히 보고 싶다.
서울에서 매월 고향 친구 모임을 갖지만 너의 소식을 몰라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다.
희끗한 머릿결이 세월의 무게를 재는 듯 청보리밭 이랑에서 너를 그리는 마음. 달뜨면 약수터까지 뛰고 웃던 그 유년이 석류알처럼 더욱 새록인다.
옥수수 감자 고구마 풍요롭지 않았지만 순종하고 마분지에 흑심 침 발라 공부했던 우리들의 성장과정이었지. 삶의 넑두리에서 만남을 잠시 접어 두자며 보낸 세월이 이렇게 오래 될 줄 몰랐구나.
주름살 너머 그동안 쌓아둔 이야기들 기억 저 편 언저리에서만 이따금씩 떠올려야 하는 우리가 아니었던가. 친구야 명분없는 순종은 부덕이 아님을 돌아보자.
이제는 자신을 위해 건강을 추수려야 하며 소식과 더불어 만날 날을 기원한다.
/진상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