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한미 FTA와 전라북도 - 남형두

남형두(연세대 법대 교수·변호사)

한미 간에 FTA 협상이 타결되어 양국은 이제 각기 국회의 비준을 앞두고 있다. 국회 비준이 끝나면 국내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결국 한미 FTA 내용은 국내법에 그대로 반영되어 우리가 지켜야 할 법규범이 되는 것이다.

 

FTA는 양자간 협상으로서 일괄타결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한 부문이 이익을 얻게 되면 다른 부문에서 양보를 해야 하는 것으로서, 그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치열한 공방 끝에 현재의 협정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끝까지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농업 및 축산물 분야는 기간의 문제일 뿐 결국 개방과 무한 경쟁의 틀로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미국 의회는 그마저도 불만스러운지 쇠고기의 즉각적인 수입재개 없이는 비준하지 않겠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는 우리로서는 깊은 한숨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렇게 한숨 나는 대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와 섬유산업은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을 따돌리고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무서운 질주는 미국 내에서 우리 공산품이 갖게 될 경쟁력을 빠른 시일 내 FTA 이전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잠시 몇 년 동안의 호황을 맛본 후 경제에 깊은 주름살만 남길 수도 있다. 농업등 1차산업의 피폐와 장기적으로 2차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저작권등 지적재산권 분야는 우리가 미국에 대폭 양보한 분과로 알려져 있다. 미국측 요구에 따라 저작권보호기간을 현행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양해한 것이 주 골자다. 이로써 출판계를 위시하여 문화계의 불만이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저작권이 강화된다는 것은 문화소비자에게는 불편을 초래하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문화생산자에게는 더욱 큰 창작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장기적으로 볼 때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된다.

 

한미 FTA는 농축산업의 비중이 높은 전라북도에 큰 타격을 줄 것이 예상된다. 반면 문화가 풍부하다 못해 넘치는 전라북도는 저작권의 강화로 인하여 문화산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위기는 말 그대로 ‘위험한 기회’다. 위기를 넘기지 않은 위인이 없듯이 나라나 지방자치단체도 위기를 선용하게 되면 그만큼 큰 발전을 하게 된다. IMF 경제체제가 그러했듯이 FTA는 명암이 있는 경제문제다. 전라북도가 FTA가 가져다줄 위험한 기회 중, 문화산업을 중흥시킬 기회를 포착한다면 큰 도약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남형두(연세대 법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