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위기론과 무적함대의 침몰

위병기기자(경제부)

이건희 삼성회장이 얼마전 제기한 위기론(=심각하다)이 장안의 화제가 된 바 있다.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고 매년 천문학적 액수의 순익을 내는 재벌 총수가 괜한 엄살을 부리는게 아니냐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기론이야말로 오늘의 삼성을 있게한 정신적 뿌리가 됐다며 “잘될때 더 철저히 앞날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충북, 강원조차 전북을 추월하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 왜 전북이 오래전에 위기론을 인식치 못했나 후회 막급이다.

 

산업화 초기만 해도 전북은 한반도의 중심이자 복된 땅이었다.

 

남들이 굶주릴때 전북은 기름진 쌀이 넘쳐나는 고장이었다.

 

하지만 그때 현실에 안주한 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적게한 대가는 고스란히 전북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권유지를 위한 의도적 지역차별 정책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여건에서나마 최선을 다했는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는가 반추해야 한다.

 

이런점에서 18일 전북개발공사가 발표한 전주장동유통단지 임대아파트 건설공사 책임감리용역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도내업체를 돕기위해 가산점을 주고, 공동도급을 의무화 했지만 낙찰은 경쟁력을 갖춘 외지업체에 돌아갔다.

 

기초금액 17억 남짓한 일개 용역의 의미를 너무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도내 업체들이 오랜기간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지역 가산점에 연연하는 동안 이젠 뿌리조차 흔들리고 있음을 이번 사례에서 발견한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에스파냐가 침몰된 아르마다(ARMARDA· 무적함대)를 부둥켜 안고 통곡한 것은 위기를 애써 외면하면서 현실에 안주한 결과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