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공대(버지니아텍) 총격 참사사건으로 전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들이 연일 중계방송하다시피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은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 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미국 역사상 단독범행으로 최악인 3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한데다, 그것도 대학 안에서 그랬으니 그럴만도 하다. 한국 언론 역시 범인이 한국에서 8살때 이민간 미국 영주권자이고 유학생 등 교민이 많이 살고 있어 미국 못지않게 흥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범인인 조승희(23) 학생이 자살해 버려 범행동기 등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외톨이였다는 점과 정신병력, 이민 1.5세대로서의 고민과 갈등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또 미국의 난제인 총기소유 규제에 대한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이번 범죄가 증오범죄(hate crime)의 전형임이 밝혀지고 있어 섬뜩한 느낌을 갖게 한다. 증오범죄는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유없이 증오하고 폭언, 폭력과 테러를 가하는 범죄다. 미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총기난사 사건이나 우리나라의 ‘묻지마 범죄’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KKK단이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을 공격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소수민족과 특정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목표물이 되곤 한다.
이 증오범죄는 자신의 무능이나 좌절을 ‘세상 탓’으로 돌리는 게 특징이다. 세상에 대한 원한과 증오, 분노가 범죄형태로 폭발하는 것이다. 일반 강력범죄는 인과관계와 그 동기가 분명하지만 증오범죄는 불특정 다수에게 막연한 적개심을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고 피해도 크다. 나아가 재범이나 모방범죄 위험성도 높다.
이번 사건의 경우 범인이 동영상과 메모를 미국 NBC방송에 보낸 것을 보면 확연해 진다. 여기에서는 부자와 쾌락주의에 대한 보복이 뚝뚝 묻어난다. “벤츠, 금목걸이도 충분치 않아. 이 속물들아!/ 보드카와 코냑으로도 부족했냐?/ 너희들은 모든 것을 가졌어./ 너희들은 나를 괴롭히면서 즐거워 했다./ 나를 피 흘리게 하고…”
이러한 증오범죄는 사회가 양극화할수록 더 심해진다는 게 정설이다. 빈부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이 증폭되고 있는 우리도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