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뇌성마비 천재탐정' 등

뇌성마비 천재탐정 안중혁 / 고정욱 글 / 은하수미디어 / 7000원

 

뇌성마비인 천재가 있을 수 없다고 ? 이 동화는 뇌성마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타파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작가도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래서일까. 휠체어 이용자가 일상에서 부닥치는 불편한 점을 세밀하게 잡아냈다.

 

사건은 문화재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 신라 화랑 김대문의 편지가 도난당하면서 시작된다. 문화재 전문 수사경찰인 오반장은 범죄를 해결할 만한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고민 끝에 천재 탐정 안중혁에게 도움을 청한다. 단서를 하나하나 좇으며 수사망을 좁혀나가는 과정 속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묘미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쑤우프, 엄마의 이름' / 사라 윅스 글 / 낮은산 발행 / 9,000원

 

열세 살 소녀 하이디는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엄마가 매일 내뱉는 ‘쑤우프’라는 말의 뜻과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고, 가족이 어디 있는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그녀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수가 없다. 자기 이름도 읽을 줄 모르는 정신지체장애 엄마, 광장공포증이 있어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아줌마, 발달장애로 지능이 떨어지는 친구로부터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엄마는 시계도 볼 줄 모르고, 돈도 어떻게 쓰는 줄 모르는데다, 전화를 걸 줄도 모른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낡은 필름 속에서 사진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 홀로 장거리 버스여행을 떠나는데.. 우여곡절 끝에 힐탑 요양원에 도착한 그녀에겐 엄청난 비밀이 기다리고 있다.

 

 

히나코와 걷는 길 / 오카다 나오코 글 / 보힘어린이문고 / 7500원

 

자신이 지체장애인이기도 한 작가는 장애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따돌림’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흔히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자기만족을 위한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사치코네 반에 다리가 불편한 히나코가 전학을 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섯 명씩 한 '모둠'을 이루는데 사치코 모둠에 히나코가 들어오면서 친구들의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의무감 때문에 마지못해 돕느냐 히나코와 진정한 친구가 되느냐. 눈여겨 볼 점은 히나코 자신이 자신의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다는 점이다. 뒤뚱거린다고 '병아리(일본 말 히요코)'라 놀리는 코바에게 주먹을 날리고 생쥐산에 따라온 데 타박을 주는 야코에게 되레 큰소리치는 히나코의 태도는 인상적이다.

 

 

우리가 달라도 등 5권 / 김혜리 글 / 아이코리아 / 각 권 9600원

 

다름의 사이좋은 공존을 이야기하는 1권 ‘우리가 달라도’는 나머지 네 권의 ‘글머리’에 해당한다. 몸이 불편해도 운동을 할 수 있고, 악기도 연주할 수 있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와 양보를 일러주는 글이다. 하지만 2권 ‘내 친구 여진이’에서는 무조건적인 도움이나 동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리가 무릎까지만 있지만 피아노도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하는 여진이는 울며 호소한다. 자신도 다 혼자 할 수 있으니 부탁할 때만 도와달라고. 3권 ‘큰 산이 될 거야’는 발달장애아 가족의 이야기다. “건강한 나무와 약한 나무가 함께 어울려 큰 산을 만든단다.” 엄마는 일곱 살 우빈이에게 엄마 아빠의 관심을 빼앗긴 형에게 이렇게 타이른다. 동물원에서 잠시 동생을 잃어버린 뒤 사랑을 새삼 확인한다는 줄거리. 4권 ‘넌 왜 보청기를 하니’는 장애를 가진 친구 곁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준호는 윤지의 귀에 늘 꽂혀 있는 보청기가 궁금해서 보여 달라고 조르지만 그것이 윤지에겐 큰 상처가 된다. 편지 교환을 통해 준호는 눈이 나빠서 쓰는 자신의 안경과 보청기가 비슷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함께 가는 길’을 통해 작가는 묻는다. 힘센 아이, 똑똑한 아이, 다리는 절뚝거려도 사랑이 많은 아이 중 누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고. 정답은 ‘세 아이 모두’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