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머리에 넣은 재산 평생간다 딸아이 가슴에 꼭꼭 심어줘

김영·시인(만경여고교사)

오늘 아침처럼 안개가 자욱한 날은 아버지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손에 쥐는 재산은 잠깐이지만, 머리 넣은 재산은 평생을 간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내가 안개 낀 사춘기를 견뎌내는 힘이었습니다. 사십년 전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나도 어젯밤에 딸아이 가슴에 아버지께 배운 말씀을 꼭꼭 심어주었습니다.

 

지금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딸아이 는 안개 자욱한 길을 한참이나 갈 것입니다. 그러다가 제 길을 찾아내면 안개도 걷히겠지요. 아니 머리에 든 재산으로 마음의 안개를 스스로 걷어낼 줄 아는 사람이 되겠지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거의 버림치에 가까운 교사의 환경에 종종 절망하기도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아이들 스스로 제 인생을 경영할 힘을 마련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슬그머니 다시 힘이 돕니다. 겨우내 말라있던 가지에 슬그머니 봄물 돌듯 말입니다.

 

지금 사춘기라는 안개를 만난 딸아이도,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도 손에 쥔 재산보다 머리에 든 재산이 더 귀중하다는 것을 알 날이 오겠지요. 아버지가 제게 가르쳤던 것처럼 그들도 그들의 아이들과 무릎을 마주하며 머리에 든 재산을 이야기 하겠지요.

 

/김영·시인(만경여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