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계절이 다시 오니 처음 만났던 언니의 슬프면서도 빛나던 눈동자가 생각납니다. 언니의 눈동자에 담긴 맑은 영혼의 모습 - 그 아련함은 대학시절 제게 더없는 기쁨이었으니까요. 아름답게 빛나면서도 우수가 어려 있는 언니의 눈빛 속에서 내 젊은 날 고뇌의 무늬들은 투명하고 맑은 사유의 무늬들로 바뀌어졌었지요. 슬픔의 시간을 통과한 새벽의 언어로 시를 노래하기도 했지요. 언니는 내 젊은 날의 수도원이었습니다. 상처 받은 영혼이 지칠 때마다 언니의 그 눈 속으로 걸어 들어가 깊은 안식을 찾았으니까요.
음악과 시, 영화와 소설, 내장사 벚꽃길과 비자림 그리고 사랑의 다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억들이 스쳐가네요.
이번 봄에도 향그런 꽃그늘 아래서 언니의 그윽한 눈길 속으로 그리운 여행을 하렵니다. 그러면 언니의 마음과 내 마음은 또 붉은 꽃물이 들겠지요.
/우미자(시인·부안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