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바람에 일찍 스러진 봄꽃 처럼 창창한 젊음이 한순간에 힘없이 꺾여 벌써 일년 이상을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남은 형들과 누나가 일상 무슨 맘이 편켔느냐.
별다른 욕심도 없고 결혼 조차 번거롭다며 무위도식 좋게말하면 유유자적, 그래서 형들에게 무던히 핀잔을 들었지만 부모님 임종은 막내만이 지켰으니 효자가 따로 있다더냐. 굽은 나무 선산 지킨다는 옛말이 딱 맞았었지.
거의 삼십년만에 고향에 돌아와 여장을 풀었지만 어릴적 너와 함께했던 성황산, 메살미, 구시장, 옛 차부, 동양극장… 거의 변하지 않고 그모습 그대로인데 정작 네가 있어야할 우리집은 텅 비어있으니 어찌 쓸쓸하지 않겠느냐.
막내야!
어느 여름날 유사 뇌염증세로 앓던 널 업고 환자 치료소인 공회당 층계를 힘겹게 걸어오르던 그 누나가 결국 네 간병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으니 형제들은 미안 하기만 하단다.
형제들의 근심을 언제 덜어줄는지 겨우 눈빛 하나로만 소통이 가능한 이 지루한 세월이 언제 끝날는지 아무도 알 수 없구나.
우리가 걸수있는 유일한 희망은 주일날 서너마니 기도뿐.
“주여! 막내를 언제까지 소독내 절은 저 하얀 담요에 뉘여놓으시렵니까.”
/박철영(시인·부안경찰서 정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