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때 아버지가 계시다면 주저 없이 친정집으로 달려가 어린애모양 징징거리며 맘껏 응석이라도 부릴 수 있을텐데.
“아버지, 왜 이렇게 사는게 서럽고 힘들까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그것에 휘말리며 다스리지 못해 쩔쩔 매곤 하는 딸의 성정을 잘 아는 터. 예고도 없이 달려가 투정을 부리는 이 딸이 안쓰러워 가만히 등을 쓸어주며 이렇게 말씀하실 아버지.
“얘야, 곧 괜찮아 질거야. 괜찮고 말고. 나이 들어가면 그럴 때가 있는 게야.”
11남매, 그 많은 자식 중에서도 유달리 저를 많이도 사랑해 주셨던 아버지. 숱한 삶의 질곡 속에서 허우적 대면서도 제 가슴이 아주 피폐해 지지 않은 것은 아버지께서 제게 주신 사랑의 봇물이 아직도 흐르고 있음이 아니리까. 아버지가 계셨기에 제 유년의 뜰은 늘 밝고 따스하기만 했는데…
할 수만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아버지의 어린 딸로 되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아버지.
/김은실(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