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을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상식으로 아는 그런 평범함일까. 더 잘나가기위해서가 아니라,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아둥바둥거리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한승룡 감독이 자신의 장편 데뷔작이자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오프로드> 에서 던지는 화두는 바로 우리 시대의 이러한 '평범함'에 대해서다. 대표적인 장르영화인 로드무비의 형식으로 감독은 우리 사회의 '평범한 삶'에 대해 문제를 던진다. 과연 신자유주의 시대에 '돈'으로 생겨난 절망적 현실을 그 '돈'으로 벗어나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오프로드>
전직 은행원 대리로 평범했던 상훈(조한철 분)은 여관에서 장기 투숙하며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병원에 들어누운 아버지의 병원비에 헉헉댄다. 직장상사의 잘못으로 불법대출 사건에 말려 투옥까지 당했던 순진한 상훈은 은행돈을 빼돌리자는 여자친구 주희의 마지막 제안에 얼떨결에 이끌려 은행 앞에서 대기한다. 카센터에서 쫓겨난 철구(백수장 분)는 우연히 얻은 권총으로 은행 강도를 결심한다. 경찰에 총을 맞고 쫓기던 철구는 상훈을 인질로 삼아, 경찰을 피해 목포로 잡은 여정을 시작한다. 철구의 상처 치료를 위해 상훈은 자신이 아는 전주근교의 한 모텔에 잠시 쉬기로 하는데, 이들은 여기에서 삶에 지친 콜걸인 지수(선우선 분)를 만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세 사람을 한승룡 감독은 '평범한 삶'을 꿈꾼다는 사실을 통해 하나로 묶어주고, 또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느끼는 절망과 또 그 속에서 꿈꾸는 삶에 대한 간절함을 한승룡감독은 때로는 차분한 영상 속에서, 때로는 핸드헬드 카메라에서 나오는 급박함으로 묘사한다.
이 영화가 주는 아픔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욕지거리 하나 할 수 없어 보이는 '평범한' 상훈 같은 인물이 고액보험가입 후 죽음을 생각해야만 하고, 도망가고 싶으면 그래도 좋다는 제안에 "어디로?”라고 반문하는 지수에게도 평범한 삶은 어디에서도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평범할 수 없는 이들의 절망적 현실은 지수에게 위협당하는 상훈과 철구가 서로 죽겠다고 나서는 장면에서 잘 보여지며, "이 총주인도 자살한 것 같던데… 왜 죽었나”라고 말하는 철구의 대사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그 울림을 더 해준다. 저물녘 길 위에서 가방을 들고 가는 지친 지수의 모습에서 우리네의 일상에 지친 모습을 보았다면, 잘못 본 것일까.
몇 몇 영상들이 상투성에 기대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감독이 던지는 화두는 잔잔하게, 하지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전주시민에게는 영화가 '전주지역 영화'로, 전북로케이션을 했다는 사실에서 그 울림이 더 클 것이다. 깜짝 출연하는 김완주 도지사의 모습은 전북도민에게 또 하나의 눈요기 감이기도 하다.
이주봉
한국외대 독일어과 문학사·석사, 독일 오스나브뤽대 방송영화과 석사·영화학 박사. 독일 오스나브뤽 국제독립영화제와 오스나브뤽 아트 영화관 라거할레 프로그래머 역임. 현 전북 비평 포럼 회원, 백제예술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