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너와 내가 더불어 살기를 민주에게 이 희망 띄운다

안평옥(시인)

민주(民主)야 얼마만이니.

 

우리가 태어난 이후로 난 아직 여러 사람들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넌 육대주 오대양 어디를 가나 삼척동자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없이 즐겨 부르며 반기는걸 보고 부럽기도 하다. 네 이름을 빌려 경제적 정치적인 세계제패의 야망을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게는 소수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버얼건 글씨로 결사반대라고 쓴 머리띠 두르고 손 흔들어 목소리 높이면서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방해하는 것 까지도 네 이름으로 용납이 되더구나.

 

민주는 백성 “민”에 주인“주”자로 백성이 곧 주인이다는 뜻이니 주인은 높고 잘났다는 의미로 곧 하늘이 아닌가. 그러나 세상엔 하늘만 있는 건 아니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온갖 것을 보듬어 안고도 말한 마디 없는 땅 즉 백성 “민”에 밑 “본”으로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나 민본(民本)이 있는 말이네.

 

한 모금의 물, 하찮은 푸성귀, 보이지 않는 공기에 이르기까지 나 민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민주야, 우릴 낳아주신 어머니는 쌍둥이 이면서도 형과 아우를 정하지 않고 너와 내가 더불어 살기를 소망하신 것 같아. 그러니 이제는 서로 참고 돕고 양보하면서 자주연락하고 살자구나, 안녕. 민본이가.

 

/안평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