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애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초청하여 일본의 규슈지역을 돌아보고 왔다. 특히 후쿠오카 현립 양호학교를 다녀온 감회가 크다. 일본에서는 특수학교를 양호학교라고 부른다. 후쿠오카 현립 양호학교는 경증 장애학생들의 직업교육을 하는 고등학교다. 이 학교는 매년 50명을 모집하는데 120명이 지원하여 경쟁률이 높다. 기본예절을 바탕으로 사회적, 직업적 자립을 성취하는 것이 진정한 특수교육의 지향점이라고 학교 관계자는 설명을 해 주었다. 아울러 장애인이 세상을 사는 힘은 ‘좋은 인사성과 순수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출신 학생들은 지역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며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도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후쿠오카 현립 양호학교 학생들은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에 본교 출신 체육 선수 5명의 일본 국가대표가 출전한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다.
바른 예절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모습은 학교를 돌아보는 내내 볼 수 있었다. 이 학교의 교육 내용을 보며 우리의 특수교육이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많은 시사점을 얻었다. 그동안 장애학생들은 신체의 불편함에서 오는 낙담과 좌절과 같은 상황 때문에 사회 속으로의 활동을 두려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특수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은 곳이면 어디든지 떳떳하게 적응하도록 하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인지 후쿠오카 현립 양호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은 공공시설의 이용, 시장보기 등을 스스럼없이 하도록 하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했을 때 취업과 생활 등의 정보를 사회 속에서 찾아내야하는 현실감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우리의 특수 교육도 생활속의 교육을 유념해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해야한다.
우리 일행이 일본에 체류하는 4일 동안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말문이 터지고 장난기가 발동해 현장학습 기간 내내 모두 다 환히 웃으며 행복해했다. 날마다 이런 날들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귀국해서 공항에 내리면서 휴게소에 들러 저녁을 먹으며 우리의 표정은 다시 굳어지는 걸 느꼈다. 우리를 보는 시선 때문이었다. 왜 우리를 그런 눈으로 보는가? 이제는 편견을 버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에게 장애인 인식 개선사업, 장애인특별법 제정, 장애인 고용안정 등의 산적한 문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속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후쿠오카 현립 양호학교의 금속, 세탁 등 다양한 직업교육 덕택에 이 학교 졸업생들은 전원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을 유념해야 한다. 마침 우리 현장학습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고등부 졸업생은 이 학생들이 취업하여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졌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지체 장애부터 정신 장애까지 다양한 장애의 유형에 따른 적절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우선 스스로 직업을 갖도록 하고 거기에 복지의 개념이 가미된 지원을 해 나간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이것이 자립을 바탕으로 한 ‘다같이 행복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의 시작이다. 이번 해외현장체험학습을 통해 사회 참여의 의지를 강화하고 다른 사람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는 것이 특수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매년 장애학생 해외현장체험학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최규호(전라북도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