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활짝 핀 좋은 계절입니다만, 따뜻한 말씀 다시 들을 수 없어 더욱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은 소중하다지만, 저는 고등학교 시절에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이 여의치 않자, 진학을 포기하고 지원 입대코자 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지방 대학이라도 진학하여 ROTC 과정을 마치면 군대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며, 끈질기게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기에 오늘의 제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은 부모님이라면, 방황했던 그 당시의 어지러운 제 마음을 바로 잡아 주셨던 분은 바로 선생님이셨습니다.
제가 장교로 임관할 때는 작은 성경을 내 손에 쥐어 주셨고, 교장으로 첫 발령이 나자 저를 그토록 자랑해 주셨던 분도 바로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퇴직하신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럽게도 쉽게, 그렇게도 빨리 무거운 세상 짐을 훌쩍 던져버렸지요.
선생님께 드리는 글을 쓰다 보니, 왠지 그저 황사 낀 하늘만큼이나 울울하기만 합니다. 부디 이승보다 더 좋은 세상 일구시어 영원한 보금자리 지켜 주소서!
/이제길(수필가·정읍여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