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에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당신의 건강도 이 봄처럼 차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추석때 만해도 여유로운 담배 한 대 물고서 마당에 뛰놀던 손자 애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모습이 떠 오릅니다.
여덟살때 당신의 손을 잡고 전주풍남초등학교에 입학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0년이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한 달에 한번씩 막걸리 집에서 자식의 아린 사연을 듣고서, 몸 둘 바 모르시고 당신의 눈물 절반을 술잔에 넣어 마셨던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학위를 어렵게 취득했던 날, 선문답으로 ‘인생은 학문으로 사는게 아니라, 지혜로 살아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일갈이 환청되어 집니다.
현재 병상에서 묵언으로 일관하시는 모습은 대(代)와 터(土)를 지켜 오신 강한 아버지의 존재보다는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어디론가 당장이라도 날아 가버릴 것 같은 작은 새로 보여 자꾸만 눈물이 솟구칩니다.
아버지!
며칠 전 고창성당에서 당신이 ‘야고보’로 대세를 받으셨습니다. 그때 저는 방학 때 고향집 고갯마루에서 뛴 걸음으로 당신 품에 안겼을 때처럼 묘한 포근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기운찬 이 봄처럼 당신의 건강도 차도가 있기를 오늘도 간곡히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김상휘(소설가·전주시의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