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주소 불명으로 되돌아온 편지

남궁(시인)

빛바랜 사진 하나 걸어 놓고 어린 추억으로만 당신에게 정신 팔린지 벌써 중반입니다. 이 글을 써올려도 주소불명이란 도장이 찍혀 되돌아오는 편지봉투를 받는 손이 사시나무 떨듯 흔들립니다. 보고싶은 큰형님, 이른 아침부터 안개찬 억새밭을 거닐면서 말을 건넵니다. 그러나 정작 당신은 입을 다문 채 서걱거리기만 하니 나는 바싹바싹 입이 타들어 갈 뿐입니다. 속살을 파고드는 찬기가 들어와도 맨살을 깎아내며 당신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안개비에 외로움만 또한 키워 왔습니다. 형님은 욕쟁이였습니다. 섬뜩하고 거칠었지만 피를 속이지 못해 햇살처럼 불밝혀 밤을 또 지샙니다. 달빛 없는 밤에 언제 불쑥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눈주름이 바르르 떨리는 듯한 형님의 자화상과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아버지의 고향땅을 꼭 한번만이라도 밟아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그러나 나 몰래 창호지 바른 문짝에서 기웃거리다가 마지못해 등을 돌리시겠다면 문종이에 형님의 올바른 주소하나 꼭 남겨 놓으시길 바라나이다.

 

/남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