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지란을 품은 산처럼 오묘한 그대 음성 들려옵니다

최춘이(시인)

등꽃이 우윳빛으로 조금 벙글어지고

 

요기 조기 살짝 보라색이 물들어 있습니다.

 

거기 어디쯤에선가 그대 음성이 들려오는 듯

 

그 소리만 듣고도 내 마음은 그만 꽃잎처럼 열리고 맙니다.

 

봄이면 꽃샘비에 화들짝 여린 꽃들이 깨어납니다.

 

다수운 별빛의 숨결을 받아 피어난 제비꽃 민들레가 곱고

 

라일락 가지 사이를 햇빛이 헤집어대니

 

향기로운 꽃내음을 폴폴 뿜어줍니다.

 

온종일 한가로이 봄을 즐겨도 좋습니다.

 

큰 구름떼 속으로 새 한 마리가 들어갑니다.

 

그대여.

 

지란을 품은 산처럼 오묘한 그대여.

 

그대로 하여 무늬진 꽃자국이 무심합니다.

 

나를 불러주는 소리에 마음을 열고 싶습니다.

 

벗겨 놓은 레몬 껍질에서 어느덧 푸른 싹이

 

돋기 시작합니다.

 

 

/최춘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