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피울음 쏟다간 박정만시인 정년하면양수리가볼거네

양병우(전주우체국장)

정만아! 그대가 66년 고3시절 전국 백일장서 장원을 차지하고 68년 대학 때 신춘문예에 ‘겨울 속의 봄 이야기’가 당선된 후 20여년 동안 문예 활동을 하면서 슬픈 시 300여 편을 남기고 떠나간 지도 어느 덧 20여년이 다 되는구려. 친구야! 자네가 정읍 산외에서 전주로 나와 북중과 전주고를 다녔을 때 우리는 함께 청춘을 노래하다 간혹 염세에 빠져 짧은 시간이나마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하였지.

 

그후 자네는 70-80년대에 수 많은 시편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시인으로 기억되다 81년 5월 중앙일보에 게재된 ‘한수산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당시 정보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 후유증을 앓다 43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지. 난 지금도 자네를 고흐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내 친구였다고 생각하고 있다네. 생잎으로 지는 낙엽처럼 한 시절 단풍도 없이 서둘러 떠난 자네의 죽음은 절망이 피워낸 꽃이 아니었는지 모르네.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해 지는 쪽으로 가고 싶다/ 들판에 꽃잎은 시들고/ 나마저 없는 저 쪽 산마루’등 자네의 시를 읽으면 언제고 가슴이 아리고 이 세상에서 자네보다 더 슬픈 시를 쓴 사람이 있을까 생각 해 보곤 하네. 친구야, 나도 이젠 예순 줄에 들어서 머리가 하얗고 40년이 가깝게 ‘우체국 사람들’하고 지내던 직장을 연말로 정리를 해야 한다네. 정년하면 경기도 양수리 공원묘지에 누워 있는 자넬 찾아 가 볼까 하네. 친구, 그 때 날 너무 나무라지 마소. 참, 정읍 내장산 호수공원에 자리한 ‘박정만 시비’가 지금도 있겠지...

 

/양병우(전주우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