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주민없는 군민체육대회

임용묵기자(고창주재)

지난 11일 막내린 고창군민체육대회는 '김빠진 사이다'처럼 '주민 화합'이라는 취지가 퇴색, 아쉬움이 크다. 주민들의 호응도가 낮았던 데다 부작용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창군이 공식 발표한 체육대회 참가주민은 1만여명. 군민 6명중 1명꼴로 참여한 셈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눈에 띈다. 참가자 대부분은 공무원과 이장, 체육회 관계자, 그리고 선수들이다. 그 수도 2∼3배 부풀려졌다.

 

주민 참여가 적은 이유는 체육대회 개최 시기와 맞물려 있다. 농촌에서 5월은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때다. 논밭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운동장에 나올 시간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모양성제가 열리는 주말을 활용해 치러졌던 체육대회를 그리워하는 군민들은 개최시기가 원상복귀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일부에서는 체육대회를 준비하는 공무원들이 행정편의주의를 앞세워 모양성제와 체육대회를 분리하고 개최 요일도 주말이 아닌 평일로 옮겼다고 성토하고 있다.

 

읍면 선수단 구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일부 종목에서는 우승을 향한 집념 때문에 사실상 외지인이나 다름없는 출향인들을 선수단으로 영입하거나 '청년 종목'위주로 경기를 편성, 장년층과 노년층의 소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군민체육대회의 캐치프레이즈는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가 아니다. 또 수준급 선수들만 참여하는 체육경연장도 아니다. 주민들이 하나되어 한마당 잔치를 벌이는 흥겨운 자리다.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민속경기를 발굴하고 경쟁보다는 남녀노소가 골고루 각 경기에 포함될 수 있는 대책 등을 강구, 친목도모와 단결이라는 체육대회의 본모습이 부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