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아직도 무슨 눈물이 남았는지 조카들 앞에서 부끄럼

박지연(시인)

꼭 이맘때쯤, 산 능선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필 꼭 이맘때 쯤, 어머니가 먼 꽃길을 따라 떠나신지 어느 덧 다섯 해가 되었습니다.

 

어제가 어머니 떠나신 날인데 심한 감기가 걸려 열흘이 지나도록 나을 기미조차 없어 다 늦은 저녁에야 겨우 얼굴만 내밀었습니다.

 

아직도 무슨 눈물이 남았는지 조카들 앞에서 부끄럼도 모른 체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이 세상 왔다가 가는 사람치고 근심 걱정 없는 사람 하나도 없다하시며 마음을 넓게 가지고 항상 베풀며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

 

그리곤 그 해, 어머니는 마음이 급하신 듯 가을까진 못 버틸 것 같다하시며 평소 아끼시느라고 못입으셨던 옷가지들을 꺼내에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곤 당신은 그해 겨울을 춥게 보내시기에 왜, 그랬느냐고 화를 내는 내 손을 말없이 쥐어주시더니 꽃상여 타고 가고 싶다던 봄날에 훌훌 떠나셨지요.

 

어머니. 들리세요?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곁에서 청승스럽게 불러대면 그 노래 참 좋다하시면서 눈으로 웃으시던 어머니. 올해는 유난히 꽃들이 너무도 곱게 피어 저 혼자 보기가 힘이 드네요.

 

어머니, 너무도 그리운 우리 어머니.

 

/박지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