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광복부터 2007년까지의 한국 민주화운동을 그린 역사교양만화. 6월 항쟁 2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민주화운동 자체에 초점을 맞춘 만화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성과다.
이 책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의 ‘나랏머슴’들의 공과를 그리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현대사 이해를 도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평가,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폭군 중의 폭군’으로 그렸다. 4·19 혁명, 6월 민주항쟁 등 민주화운동의 발생원인을 알아보고 한일협정과 베트남 전쟁 등 교과서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는 국제관계에 대한 분석도 시도한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 요시모토 바나나 글 / 믿음사 / 8000원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소설. 그녀의 소설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상처를 담담하면서도 행복하게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고독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많은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
이 책은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잠긴 소녀 미쓰코가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동화적인 색채와 섬세한 문체를 통해 그려냈다. 어머니가 떠난 뒤 아버지가 탱고 선생님인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동거에 들어가자 미쓰코는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찾아간 할머니 집에서 아버지가 타일로 만다라를 만들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내와 사별한 이후의 고통과 평생을 몸담은 석공 일에서 밀려난 아픔을 달래고 있었던 것. 미쓰코도 그 집을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 코르네이 추콥스키 글 / 양철북 / 9800원
작가가 긴 투병 끝에 의사로부터 일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고 어느 해안의 오두막에서 지내던 시절. 그는 해안 모래밭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아이들의 언어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과 낯선 세상에 끊임없이 탐구하는 생명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아이들이 특정 단계에 어떤 사물이나 개념을 파악하는지 알아내고, 사고체계에 어떤 규칙이 작용하는지 발견하고 있는지 동화. 콩트 같은 재미있는 일화로 쉽게 알려준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성에 대해 언제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지, 죽음에 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이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고민하는 부모나 교사들이 참고할 만하다.
기관사 아저씨 딸기 드세요 / 신현득 글 / 위즈덤 하우스 / 9000원
고희를 훌쩍 넘겨서도 흙장난하는 아이마냥 즐겁게 쓰신 신현득 시인의 신작 동시집.
이 시집에는 우리 산천을 자유로이 넘나들지 못하고 휴전선에 멈춰 선 기관차를 통해 민족의 아픔을 노래한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62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어린이들의 맑은 동심과 생활(‘씽씽이 운전 기사’), 서민들의 삶(‘붕어빵’), 우리의 민족 의식(‘태극기 붙인 것과 아닌 것’), 시골 이야기(‘감자 캐는 날’), 우주 세계(‘지구의를 돌리며’) 등 시 곳곳에서 대화체를 활용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안녕히 계세요 / 남찬숙 글 / 우리교육 / 8500원
'사랑을 주제로 한,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을 담은 창작 동화.
이 책이 감동을 자아내는 진짜 이유는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가 페이지 곳곳에 묻어 있어서다. 6학년 진영이는 30살 먹은 엄마와 단 둘이 산다. 친구들의 빈정거림에 엄마가 가출했을 때 잠깐 의지했던 열여덟 살 남자가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진영이는 혼돈에 빠진다.
갈팡질팡하는 진영이의 마음을 다잡아 준 건 옥탑방 아저씨. 열여덟 살 아빠도 아마 아빠가 되는 것이 무서웠을 거라고, 또 혼자 힘으로 아이를 손수 키워낸 엄마가 용기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난 뒤 마음이 평온해진다.
동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다. 끈끈한 모녀의 사랑, 같은 반 친구 혜인이에 대한 진영이의 풋사랑, 엄마와 장애인인 세탁소 아저씨의 사랑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