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얼굴 빨개지는 아이 - 장 자끄 상빼

우정·사랑으로 서로 아픔 달래는 두 사람에 대한 동화같은 이야기

가슴 따뜻한 이야기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콤플렉스가 있지만 우정과 사랑으로 서로의 아픔을 달래며 성장해 가는 두 사람에 대한 동화같은 소설이다. 책속 그림은 글쓴이 상빼의 솜씨로 수많은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 말없이 앉아 있는 장면(왼)과 어른이 되어 만난 장면이다. (desk@jjan.kr)

"그 마르슬랭 까이유라는 애, 아주 착한 것 같아. 가끔씩 아주 멋진 색깔의 얼굴로 돌아오기도 하고. 아아츄!”

 

"어,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려. 분명히 르네 라토일거야. 한밤중에 이렇게 친구의 목소리를 듣다니, 너무 좋아….”

 

 

언젠가부터 부담없는 책들이 인기다.

 

그리고 사람들은, 특별한 내용이거나 아름다운 그림이 아닌데도, 자꾸만 이 책을 펼친다.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열린책들). 1999년에 초판이 나온 한참된 책이지만, 간직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떠오르는 5월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이 가슴 따뜻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와 '재채기를 하는 아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얼굴 빨개지는 병을 가진 마르슬랭. 정작 얼굴을 붉혀야 할 순간에는 빨개지지 않는 마르슬랭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감기 기운이 없는데도 자꾸만 재채기를 하는 병을 가진 르네도 마찬가지다. 수준 높은 음악회에서 재채기를 해 한때 사람들 사이에 얘깃거리가 됐던 르네도 혼자 강가를 산책할 때에만 겨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서로 닮은 두 꼬마. 르네가 이사를 가고 마르슬랭은 다시 혼자가 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둘은 더 깊어진 우정을 느낀다.

 

가끔 사람들은 세상을 두 개로 나눈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시도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하지만 세상은 그런 것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자꾸만 재채기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곳.

 

'그들은 정말로 좋은 친구였다. 그들은 짓궂은 장난을 하며 놀기도 했지만, 또 전혀 놀지 않고도, 전혀 말하지 않고도 같이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전혀 지루한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마르슬랭과 라토가 아무말 없이 앉아있는 장면이다. 진정한 우정이란 바로 그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콤플렉스를 안고 있지만 우정과 사랑으로 서로의 아픔을 달래며 성장해 가는 두 사람에 대한 동화 같은 소설이다. 책에 실린 투명한 그림 역시 상뻬의 솜씨.

 

상뻬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소년 시절,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꾸며 재즈 음악가들을 그리면서 부터다. 1960년 르네 고시니를 알게돼 함께 「꼬마 니콜라」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1962년 첫번째 작품집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가 나왔다. 그의 나이 올해, 일흔다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