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다 끌어 안지도 못했는데 아쉽게도 봄날은가누나

나혜경(시인)

봐도봐도 안 본 것 마냥 그립다는 말이 있다.

 

작년에도 아쉬운 작별을 했었지.

 

약속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너희들은 왔구나.

 

참 고맙다.

 

저 남녘 매화꽃을 시작으로 산수유, 살구꽃, 조팝꽃의 모양으로.

 

냉이, 달래, 쑥부쟁이, 쑥, 원추리, 두릅의 모양으로.

 

원 없이 보라며 온 세상 구석구석 왔구나.

 

난 지금 이 좋은 봄을 다 누리려고 발버둥을 친다.

 

따스한 볕을 쬐며 봄나물을 뜯어보고도 싶고

 

보드라운 봄볕을 온몸에 다 처바르는 사치도 하고 싶다.

 

바쁘다는 핑계로 다 끌어안지도 못했는데,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되었는데 꽃은 지고 나물은 웃자랐구나.

 

아쉽게도 봄날은 간다.

 

잡은 손 놓치면 다시 긴긴 기다림이 시작될 것이고,

 

기다리기도 전에 그리움은 먼저 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 더 푸르고 빛나는 내년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연습을 하자.

 

안녕, 봄.

 

/나혜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