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삶의 절절함, 가슴에

'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지음·녹색평론...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가 힘들고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할 때마다 나는 그 분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의미 있는’ 가난한 삶을 사는 권정생 선생님을 생각한다.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우리들이 지금 이렇게 풍요로운 생활과 거침없는 소비로 자연을 파괴하며 사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일까. 이러한 생활이 몰고 올 미래를 우리는 과연 낙관할 수 있을까. 이따금 푸른 하늘을 볼 때마다 저나마 푸른 하늘은 언제까지 푸를 것이며, 물은, 공기는 언제까지 안전할까. 생각하면 두려움은 끊임없지만 우리들은 벼랑을 향해 치달리는 이 과속 열차에서 아무도 내리려 하지 않는다. 곳곳에서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들이 널려 있다. 자연의 재앙과 전쟁과 테러와 폭력, 어쩌면 우리는 지금 생명의 보장 없이 순간순간을 모면하며 살아가고 ? 獵쩝?모른다. 이러한 삶의 모습들이 불러올 공포에 가까운 반 문명, 반문화적인 현상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반성 없는 질주만 하는 현실에 채찍질을 드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기의 삶을 옳은 생각에 맞추어 사는 사람들은 드물다. 말은 쉽지만, 그 말을 실천하기는 우리가 너무 멀리 와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권정생 선생님은 동화와 소설과 동시로 파괴되어 가고 버려지고 소외당하고 업심 여김을 당하는, 그러나 한없이 소중한 것들에게 끝없이 연민의 눈길로 우리들의 가슴에서 식어가는 따스한 훈김을 되살려주는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우리들의 하느님> 은 권정생 선생님의 첫 산문집인데 선생님의 사심 없는 애정과 따스한 사랑의 손길이 읽는 이의 살에 와 닿는 것 같은 글들로 가득 차 있다. 선생님이 태어나 유랑 걸식 끝에 경상도 두메 교회 문간방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이 짧은 글속에 손에 잡힐 듯이 그려져 있다. 식민지시대와 전쟁과 굶주림을 거쳐 교회의 종지기로 살며 겪었던 정겹고 눈물겹던 이야기들이 꾸밈없이 다 담겨져 있다. 이 책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교회이야기는 ‘우리들의 하느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의 글들은 우리들을 울먹이게 한다.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다 인생 말년에 버림받은 농촌 마을 노인들의 이야기는 눈물이 아니고는 읽을 수가 없다.

 

이 산문집은 옛날 말이 되어버린 것 같은 슬픔. 눈물. 가련함. 불쌍함. 인정. 정겨움. 가난함 느림 이러한 말들이 광란. 풍요. 광폭. 질주. 탐욕. 이러한 말들과 충돌하게 한다. 당신들이 숨 쉬고 사는 것이 지금 안전하며 행복한가. 인간들만 호의호식하면 그만인가. 그가 묻고 또 묻는다. <새벽기도가 끝나 모두 돌아가고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비출 때, 교회 안을 살펴보면 군데군데 마루 바닥에 눈물자국이 얼룩져있고 그 눈물은 얼어 있었다.> 는 가난한 옛 교회당 이야기는 나를 울게 한다. 눈물로 울게 하는 것 이 아니라, 눈물보다 더한 그 어떤 것으로. 그러한 삶의 절절함이 네 가슴에 지금도 있는가 하고 이 책은 묻고 또 묻는다. 조금은 오래 되었지만 나는 이 책을 이따금 손에 잡는다.